뱀부랩 필라멘트 트랙 스위치(Filament Track Switch), 정말 사야 할까?

뱀부랩 필라멘트 트랙 스위치(Filament Track Switch), 정말 사야 할까?

듀얼 노즐 프린터를 쓰다 보면 반드시 만나는 짜증이 하나 있습니다.

슬라이서에서 색상을 배치해놓고 출력을 걸었더니 “이 필라멘트는 그 노즐로 갈 수 없습니다”라는 상황. 결국 프린터 뒤로 손을 뻗어 PTFE 튜브를 뽑고, AMS에서 스풀을 꺼내 반대편 AMS로 옮겨 끼우고, 다시 로딩을 기다립니다. 출력을 시작하기도 전에 10분이 날아갑니다.

**필라멘트 트랙 스위치(Filament Track Switch, 이하 FTS)**는 정확히 이 문제를 겨냥한 액세서리입니다. 가격은 약 $60(유럽 €55대)로 빌드 플레이트 한 장 값입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든 사람에게 권할 물건은 아닙니다. 어떤 기종에서는 확실한 개선이고, 어떤 기종에서는 마찰만 늘리는 결과가 됩니다. 이 글에서 그 경계를 정리합니다.

무엇을 해결하는가

기존 듀얼 노즐 프린터에서 AMS와 노즐은 고정 결합 관계였습니다. 왼쪽에 연결한 AMS는 왼쪽 노즐에만, 오른쪽에 연결한 AMS는 오른쪽 노즐에만 필라멘트를 공급합니다. AMS를 한 대만 쓰면 반대편 노즐은 외부 스풀로 수동 급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FTS는 이 결합을 끊습니다. 필라멘트 입구 2개와 출구 2개를 가진 작은 모듈로, AMS와 프린터 사이에 끼워 넣으면 슬라이서가 지정한 노즐로 필라멘트를 동적으로 라우팅합니다. 스풀을 물리적으로 옮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호환 기종과 구성품

현재 공식 호환 기종은 X2DH2C입니다. H2D 지원은 2026년 하반기로 예고돼 있습니다.

참고로 하드웨어 자체는 기종 간 동일하고, 장착용 브래킷과 튜브·케이블 라우팅만 다릅니다. 커뮤니티에서 뱀부랩 지원팀에 확인한 내용도 같습니다. 다만 펌웨어 대응 시점이 다르므로 구매 전 본인 기기의 펌웨어 지원 여부를 확인하세요.

구성품

  • 필라멘트 트랙 스위치 본체
  • 6핀 케이블 1개
  • 700mm PTFE 튜브 2개
  • 400mm PTFE 튜브 2개
  • 나사 6개 (실제 설치에는 2개만 사용, 나머지는 예비)

설치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

FTS의 최대 약점은 필라멘트 경로 저항입니다. 설치 방식이 성공률을 좌우하므로 아래는 권장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튜브는 최대한 짧게. AMS에서 스위치까지는 700mm 이내, 스위치에서 프린터 입구까지는 400mm를 권장합니다. 여유 있게 길게 빼두면 나중에 급지 실패로 돌아옵니다.

4-in-1 PTFE 어댑터의 위치. AMS를 3대 이상 연결할 때 쓰는 4-in-1 어댑터는 반드시 AMS와 스위치 사이에 놓아야 합니다. 스위치와 버퍼 사이에 두면 안 됩니다. 또한 H2C 전용 4-in-1 어댑터 II는 X2D와 호환되지 않습니다. 기종별 전용품을 확인하세요.

AMS HT는 옆면 가까이. 급지·후퇴 저항을 줄이기 위해 우측 사이드 패널 옆에 배치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MakerWorld에서 적절한 브래킷을 받아 쓰면 됩니다.

고온 소재를 출력한다면 홀더 재질에 주의. 브래킷을 직접 출력해 쓸 경우, 챔버 온도가 높아지면 변형될 수 있으므로 PC나 CF·GF 강화 소재로 뽑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종별 냉정한 평가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실사용자들의 평가가 기종에 따라 극명하게 갈립니다.

X2D — 가장 명확한 이득

X2D는 좌우 노즐의 성격이 다릅니다. 왼쪽은 다이렉트 드라이브 주 노즐, 오른쪽은 보덴 방식 보조 노즐이고 속도도 200mm/s로 제한됩니다. 즉 가능하면 왼쪽 노즐로 출력하고 싶은 구조입니다.

FTS가 있으면 어느 AMS에 물린 필라멘트든 왼쪽 노즐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색 출력에서 “이 스풀은 오른쪽에 꽂혀 있으니 느린 노즐로 뽑아야 한다”는 상황이 사라집니다. 2색 출력에서도 좌우 배치를 소프트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FTS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조차 “X2D가 가장 명확한 타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출시 시점이 X2D와 맞물린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H2C / H2D — 상당히 제한적

H2C의 문제는 좌우 노즐이 대체로 같은 사양이라는 점입니다. 왼쪽도 0.4mm, 오른쪽 볼텍 핫엔드들도 대부분 0.4mm라면, 단색 출력에서 “어느 쪽으로든 보낼 수 있다”는 능력은 실익이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왼쪽으로 뽑으면 됩니다.

2색 출력은 더 미묘합니다. H2C/H2D에서 빠른 색 전환(필라멘트 절단 없이 약 10초)을 얻으려면 두 소재가 좌우 다른 쪽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FTS는 한쪽당 급지 라인이 하나뿐이라, 같은 쪽 AMS 두 대에 물린 소재 두 개를 동시에 대기시킬 수 없습니다. 결국 스풀 배치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은 그대로 남습니다.

실제로 이득이 생기는 경우는 좁습니다. 한쪽에 0.2mm나 0.6mm 같은 특수 노즐을 두고 있고, 그 노즐로 반대편 소재를 쓰고 싶을 때. 또는 며칠씩 자리를 비우면서 무인 출력을 돌려야 해서 스풀을 옮길 사람이 없을 때. 이 두 경우엔 값어치를 합니다.

한 H2D 사용자는 “0.6mm로 엔지니어링 부품을, 0.4mm로 아이들 장난감을 뽑는데 집을 2~3일씩 비운다”는 상황을 들었고, 이건 FTS의 거의 완벽한 사용 사례입니다.

실사용자들이 지적하는 문제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반복적으로 나오는 불만입니다. FTS를 경로에 끼우면 마찰이 늘어나고, AMS 급지 성능의 여유분을 갉아먹습니다.

  • AMS를 여러 대(4대 이상) 물린 사용자들에게서 저항 경고가 자주 발생
  • CF/GF 강화 소재는 드래그가 눈에 띄게 증가
  • PAHT-CF는 AMS HT에서 로딩 자체가 실패했다는 보고
  • 서포트 소재가 스위치 안에서 부러져 걸린 사례

며칠짜리 장시간 출력에서는 이 마진 감소가 실제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6일째 출력 중에 급지 실패로 날아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동시 로딩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필라멘트 두 개를 동시에 대기시키려면 서로 다른 FTS 입력에서 와야 합니다. AMS 4대를 입력1에 3대, 입력2에 1대로 묶었는데 필요한 두 소재가 모두 앞쪽 3대에 있다면, 한 번에 하나만 로딩됩니다.

AMS를 한 대만 연결한 경우엔 좌우 노즐이 교대 급지만 가능합니다. 전환할 때마다 언로드 후 재로드를 거칩니다.

슬라이싱이 복잡해집니다

역설적이지만 실사용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노즐 배정 경우의 수가 늘어나면서, 출력 시간을 최적화하려면 고려할 변수가 많아집니다. 현재 뱀부 슬라이서에는 “최단 출력 시간” 기준의 필라멘트 배정 전략이 없어서, 어떤 조합이 빠른지 사용자가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도 옹호하는 목소리

균형을 위해 반대편도 적어둡니다. AMS 2 Pro 3대와 AMS HT 2대를 H2C에 물린 한 사용자는 FTS를 “지금까지 산 3D프린터 액세서리 중 최고”라고 평가합니다.

논지는 이렇습니다. 이건 5만 원대 부품이고, 빌드 플레이트보다 쌉니다. 어느 AMS에 무슨 필라멘트를 꽂아도 슬라이서가 알아서 쓰게 만드는 편의성은 그 값을 충분히 합니다. 특히 출장이 잦아 가족이 대신 출력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스풀을 AMS 사이에서 옮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값어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리 있는 반론입니다. 시간당 인건비를 생각하면 스풀 옮기는 수고 몇 번이면 본전입니다.

정리 — 사야 할 사람과 아닌 사람

사도 좋습니다

  • X2D 사용자 (보조 노즐 회피 목적만으로도 값어치)
  • AMS 2~4대 규모의 H2C/H2D 사용자
  • 한쪽에 0.2 / 0.6mm 특수 노즐을 상시 장착해 둔 경우
  • 자리를 비운 채 무인 출력을 자주 돌리는 경우
  • AMS가 손 닿기 어려운 곳(캐비닛 하단 등)에 배치돼 있는 경우
  •  

보류하는 게 낫습니다

  • AMS 5대 이상 대규모 구성 (저항 경고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 CF/GF, PAHT-CF 등 고마찰 소재 비중이 높은 작업
  • 좌우 노즐이 모두 같은 0.4mm이고 스풀 배치가 이미 정리돼 있는 H2C
  • 며칠씩 걸리는 장시간 출력이 주 용도

마무리

필라멘트 트랙 스위치는 혁신적인 기능 확장이라기보다 편의성 액세서리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없던 걸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물건이 아니라, 하던 일에서 손이 덜 가게 해주는 물건입니다.

그 편의성이 5만 원 값을 하느냐는 결국 본인의 워크플로에 달려 있습니다.

스풀을 옮기려고 프린터 뒤로 기어들어가는 일이 일주일에 몇 번인지 세어보세요. 다섯 번 이상이라면 사세요. 한 달에 한두 번이라면 그 돈으로 필라멘트를 사는 편이 낫습니다.

설치를 결정하셨다면 튜브 길이와 4-in-1 어댑터 위치만은 꼭 지키세요. 대부분의 급지 실패 보고가 이 두 가지에서 나옵니다.

호환성과 펌웨어 지원 범위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구매 뱀부랩 공식 위키의 설치 가이드와 본인 기기의 펌웨어 버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설치나 호환성 관련 문의는 언제든 연락 주세요.